왜 책에 있는 내용대로 살아가지 못할까?
어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난 왜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책에 있는 내용대로 살아가지 못할까?"
당연히 자기 계발서 같은 깨달음 혹은 재테크 같이 직접적으로 내 인생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읽었으면 무엇인가 나의 행동이나 인생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변화를 원해서 책을 읽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변화를 싫어한다.(인간은 원래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미래의 나는 변할 것이라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변화를 싫어하는 '나'와 변화되리라 기대되는 '나' 그 괴리에서 결국 책을 읽고 나서도 현재의 내가 바로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나에게 변화를 기대할 뿐이다. 문제를 직면하고도 외면하는 마음 그리고 내일의 나는 변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가 결국 책을 읽어도 내용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책에 있는 내용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메르님 글처럼 의식의 순서대로 적어보면
1.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변화'이다.
2. 하지만 인간이 유전적으로 그렇듯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갑자기 변화시키기에는 어렵다.
3.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내일의 나는 또 까맣게 잊는다.
4. 그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5. 기록하면 된다. 기록하고 새기고 반추하면서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6. 그럼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
7. 책을 읽고 나서는 반드시 아주 짧은 글이라도 남긴다. 궁극적으로는 블로그가 좋겠지만 일단은 기록을 남긴다.
8. 기록의 형태는 책의 내용 발췌도 좋고 감상도 좋고 반성도 괜찮다. 그때의 감정을 담아 기억해 본다.
9. 감정이 있는 기억은 오래간다.
10. 구체적인 방법은 책을 읽다가 한 두쪽 읽고 무슨 이야기였지 다시 생각해 보고, 각 장을 키워드로 요약해 보고 다 읽고 나서는 A4 두 세장 분략으로 요약 정리해 보는 것이다.
11. 결국 현재의 내가 바로 기록해서 미래의 나에게 계속해서 반복시켜주는 메커니즘을 몸에 새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글로 정리해 보니 뭐가 부족한지 알겠다. 지금의 나는 기록을 하고 미래의 나는 그 기록에 따라서 머리에 새기고 움직이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이고 인생의 진행 방향을 조금이라도 파국에서 행복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인듯하다.